디아블로 3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외국 쇼핑몰들을 드나들며 밤을 새던 그 날. 계속 주문과 취소가 반복되며 ‘내 돈은 돈이 아니더냐’를 반복하며 이름 모를 외국의 누군가를 원망 하였습니다. 그리하길 몇 시간여. 쌓이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은 지름신을 영접하기 딱 좋은 정신 상태로 저를 몰아 갔습니다.
결국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읽기도 어려운 프랑스어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었고, 몇 일 후 먼 길을 비행기로 날아온 에스프레소 머신(네스프레소 픽시)을 책상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허나 지름신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 하였는지, 오픈 하우스 때 커피를 내 놓으라는 지인들의 독촉은 제게 좋은 핑계거리를 던져주었고 네스프레소에 등록하기 위해 전화를 하였던 차, 상담 전화를 받던 아가씨는 친절하고 상냥하여 통장 잔고 따위는 까마득히 잊게 만들었습니다. 머리 속은 토요일에는 출근을 하지 않으니 빨리 주문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이런 대역사의 흐름을 거쳐 손에 넣게 된 네스프레소 웰컴팩과 디스커버리 박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네스프레소 웰컴팩은 네스프레소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 후 100개 이하로 캡슐은 주문한 사람만 구입 가능하다고 합니다. 160개, 250개 두 종류로 팔고 있는데, 일단 배송 후에는 환불이 불가능 하고 캡슐의 종류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대신 낱개 구매 보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고 증정품을 하나 제공합니다. 160개는 투명 아크릴 보관함을 250개는 디스커버리 박스와 토캡슐 토템 중 하나를 선택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박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참이고 고민하지 않고 250개를 주문 했습니다. 혼자 마시기에는 많은 양이라서 조금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웰컴팩 포장 상자를 열면 깔끔한 검은색 포장지의 사각형 구멍 사이사이로 부끄럽게 자신의 색을 드러낸 캡슐 상자들이 보입니다. 네스프레소는 색으로 캡슐의 종류를 구별하는데 기본으로 16 종류가 있고, 일정한 시기 동안만 파는 한정판이 있지만 웰컴팩에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각 캡슐 상자에는 10개의 캡슐이 담겨져 있어, 총 25개의 캡슐 상자에 250개의 캡슐이 담겨지는 것입니다.
네스프레소 웰컴팩은 가격으로 보아 낱개 구매하는 것 보다 크게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주문을 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증정되는 디스커버리 박스나 캡슐 토템이 있어 구매 가치가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박스는 36개의 캡슐을 보관 할 수 있는 검정색 나무 상자입니다. 빛깔이 고운 캡슐들을 보관하면 검은색 광택과 어우러져 최고의 멋을 자랑하게 됩니다. 250개란 개수가 부담스러움에도 주문한 이유입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딸려 온 16개 캡슐도 다 마시지 않은 상황이라 디스커버리 박스를 열어 어떤 캡슐을 마실까 고민을 하는 상황은 한동안 연출되지 않겠지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입니다.
원룸을 구해 독립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지출이 확 늘어 통장이 바짝바짝 말라가는 상황이지만, 오랬동안 독립을 하면 에스프레소를 뽑아 마시며 책을 읽는 그런 장면을 상상 해 왔기 때문이라고 이번 지름을 합리화 하고 있습니다.
마음 속 한 구석에 카페라떼를 위한 에어로치노에 대한 욕심이 슬그머니 일어나고 있지만 한동안은 깊숙히 넣어두고 당장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먼저 챙겨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