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가 기획자의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

200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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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기획자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의 이유입니다.

첫째로 기획자의 요구가 이른바 ‘삽질’ 또는 ‘기존 작업 엎어버리기’를 동반하는 것입니다.

삽질은 공학의 관점에서 – 돈과 시간의 관점 – 개발자들의 그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항시 배웁니다. 기존 작업 엎어버리기는 개발자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싫어 할 것입니다. 명령에 살고 죽는다는 군인조차도 기껏 나무 옮겨심었는데 거기가 아니라 딴데라는 소리를 듣고 좋아 할리 없습니다.

게임에서 이 두가지 문제는 초기 단계지만 소프트웨어 세계에서는 이미 30년도 넘게 해결법을 궁리한 부분입니다. 혹자는 게임은 만들면서 채우면 된다고 하는데, 저는 게임도 이제 철저한 계획과 문서화로 삽질과 기존 작업 엎어버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재로 기획자의 요구가 ‘개발’이 아닌 ‘연구’에 속하는 성질인 경우입니다.

아주 뛰어난 실력의 개발자라면 – 더불어 엄청난 권한을 가진 – 그것이 연구에 속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진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존카멕 같은 사람 경우지요. 하지만, 보통 개발자는 그런 원천적인 기술을 연구 할 능력도 없고 권한도 없지요. 그런 부분은 디렉터나 회사에 요구 할 사항이지 개발자에게 문서 들고가서 요청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획자가 개발에 대해서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둘을 같이 알고 조율하는 것은 디렉터가 할 일이지 기획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 디렉터가 없다면?

그럴 경우는 적어도 공학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요소를 넣어서 매출이 두배로 뛸지 모르지만 그것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위험(리스트)를 잘 파악 할 수 있어야겠지요. 게임 회사는 연구소가 아니니까요.

9 Comments
ratatoskr
2005-05-27 @ 8:29 오후

삽질에 관해서 약간 언급하자면, 제 경험적으로 볼 때 게임 개발에 있어 삽질은 피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철저한 계획과 문서화가 삽질을 줄여준다는 것은 어불 성설입니다. 삽질을 줄여주는 것은 오히려 풍부한 경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세상의 어떤 기획자도 자기가 만들 게임이 어떤 모습일지 100% 예상하고 일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건 신만이 가능하겠죠. 제작을 해나가면서 형성되는 부분도 있고, 구상대로 만들어봤더니 느낌과 다르거나 아니다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그러한 삽질은 필수입니다. (주인장께서는 게임의 개발을 단순히 돈과 시간으로 환산하고 계시지만 그 효율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막상 게임이 재미없어 안팔린다면 그것처럼 큰 손해도 없다고 봅니다.)
삽질을 그저 개발하는데 있어 네거티브적인 요인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개발에 있어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사건으로 바라보는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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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7 @ 10:31 오후

ratatoskr// 영화를 보면 찍어놓고 보니 감독이 생각했던거랑 달라서 다 엎고 다시 찍는 경우는 드뭅니다. 큰 문제가 있는 장면만 다시 찍는다거나 어떻게든 편집해서 해결을 보죠. 돈과 시간은 제한적이니까요.

최대한 준비와 노력을 했는데 구현해보니 결과가 좋지 않아 다시 고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대로 내보내면 질이 떨어지니까요.

하지만, 은연중에 삽질을 당연시 함으로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의 정성부족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삽질은 절대 없다라고 처음부터 생각한다면 머리 속의 어렴풋한 이미지 몇개 가지고 개발을 시작하는 일은 없겠지요. 철저히 장면장면 미리 계획과 프로토타입으로 준비를 할 겁니다.

결국 치밀한 설계와 빠른 프로토타입으로 초기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프로젝트 전체로 보아 최선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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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atoskr
2005-05-27 @ 11:18 오후

물론 다 엎고 다시찍는 것은 드물고 게임 개발에 있어 다엎고 다시만든다는 것도 물론 옳지 않습니다. (다 엎고 다시 만드는 것을 삽질의 범주에 포함시키는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영화의 예를 드셨으니 영화로 이야기해보자면 하나의 영화를 찍노라 하면 수없이 많은 컷들을 찍습니다. 물론 상영시간을 몇 배나 훌쩍 넘는 컷들을 찍죠. 그런 컷들 중에 편집자가 영화에 들어갈 컷들만 편집해서 영화로 내놓습니다. 심한 경우 돈으로 쳐바른 사치스러운 씬도 이야기 맥락에 맞지 않을경우 쳐냅니다. 실제 관객에게 보여지는 컷은 영화가 찍는 필름에 비례하면 얼마 안됩니다. 게임의 삽질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작과정에서 여러가지 시도는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것이죠. 제가 볼 때는 처음 예산을 잡을 때부터 삽질하는 기간을 배제하고 예산을 잡은 것이야말로 가장 큰 삽질로 여겨집니다. 런타임 120분인 영화를 찍을 때 딱 120분 분량의 필름으로 영화찍는 감독은 없을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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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obs
2005-05-28 @ 4:35 오전

삽질은 삽질일 뿐입니다.
다만 ratatoskr님은 삽질에 삽질 아닌 의미를 부여하신 것 같네요.
제가 이해하는 삽질이란 이미 해결된 문제 또 해결하기, 같은 실수 또 하기등입니다. 그리고 “계획”의 중요성을 간과하시는 것 같네요.
100% 예상 못한다고 계획의 중요성이 떨어지는건 아닙니다.
영화에서 상영시간 보다 많이 찍는건 삽질이 아닙니다. 다만 아트웍도 없이 무턱대고 촬영하는게 삽질이죠. 계획 내지는 아트웍은 디자이너의 시간 이외에는 버려질게 없지만 개발&촬영 뒤 버려지는건 디자이너를 포함해 관련된 수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버리는 일입니다.

재미를 추구한다고 느낌이 중요하다고 계획이 빠지는게 어불성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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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d
2005-05-28 @ 10:19 오전

돈과 시간의 문제죠. 현실에서 뭔가 만들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이 제약되는 만큼 삽질(?)이란 부분도 제약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만큼 깊이 팔지, 무엇을 팔 지, 어떻게, 뭘로 팔지…같은 다양한 변수를 생각해둬야하고, 제약해야합니다. 최소한 그정도도 고려하지 않고.. 그때 되서 하지 라는 삽질은 안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계획과 문서화가 필요하고 만일 그부분이 매우 많이 파야하면 그만큼 파기 쉽고 수정하기 쉽게 만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들어놓고 재미가 없다..라는 것은 재미가 있어도 완성을 못했다보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응답
2005-05-28 @ 11:41 오전

ratatoskr// 120분 영화에 120분 찍는 감독은 없습니다만 감독들에게 120분 찍어서 만들 수 있다면 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겠지요. 현실적으로 말해 삽질(리스크)도 계획 안에 포함해야 합니다만, 아직 국내에서 삽질까지 – 먹물 냄새나는 말로 위기 관리 – 고려해서 게임을 만들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개발자의 거부란 이런 위기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자기 혼자 지기 싫다는 의사표현일지도 모르지요.

serenobs// 삽질을 어쩔 수 없다라고 내버려두기 보다는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자세 또한 중요하겠지요.

Ged// 음… 뭐든 완성이 되야겠지요. 제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게임이라도 듀크 뉴켐 포에버 같아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이 놈은 나오기는 한답니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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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atoskr
2005-05-28 @ 1:00 오후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가는군요
serenobs// 음… serenobs님과는 아무래도 삽질의 정의가 틀린 것 같군요. 삽질이라는 말이 어디에 명확히 정의된 말이 아니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제가 정의하는 삽질은 개발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나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한 문제해결과정를 말합니다.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는 과정도 될 수 있고 국지적인 전략의 수정이 될 수도 있을겁니다. 로비를 만드는데 Exit를 빼먹었다는 둥의 실수를 말하지 않습니다.

계획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저는 계획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설계도면 없이 집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겝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철저한 계획과 문서화가 삽질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핑크빛 환상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철저한 것인지는 부처님도 모릅니다. (오 세상에 하느님은 알까요?) 계획을 짜는 사람은 다들 자신의 계획이 철저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막상 생물과 같이 살아움직이는 개발과 맞딱뜨리면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사상누각이었는가를 깨닫게되죠. 제말은 계획을 무시한다기보다는 삽질은 피할 수 없고, 사실 삽질을 줄여주는 쪽은 계획보다도 경험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라는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기획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말이었지 ‘계획따위는 필요없다.’라는 말을 부연하려고 쓴말은 아니었습니다.

bookworm// 위기 관리를 고려해서 계획을 짜는 회사는 드물지만 대다수의 회사들이 결국 발생한 위기를 해결하느라 원래 계획한 일정보다 더 많은 일정을 잡아먹습니다. 그들이라고 철저한 계획과 문서화 안하고 싶겠습니까? 자신들은 했다고 믿는데 결국 구멍 뚫리는거죠. 삽질을 없앨수 없다고 채념하는 건 좋은 자세가 아니지만, 삽질이란 현상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응답
ratatoskr
2005-05-28 @ 1:02 오후

라는 앞에 짤린 말은

사실 세상의 어떤 기획자도 자기가 만들 게임이 어떤 모습일지 100% 예상하고 일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입니다.

응답
2005-05-29 @ 6:49 오후

ratatoskr// ratotoskr님의 주장은 웬지 요즘 주류가 되고 있는 pattern design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보이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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