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홈피와 블로그는 프로토콜이 다르다

한국의 블로그 문화가 걱정스럽다‘에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우선 좋은 말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댓글에 대한 제 추가적인 의견을 내놓기라기 보다는 몇몇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오해를 풀기 위해서입니다.

블로그는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 사용하건 그 용도가 불법적이지 않고 사회가 용납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무엇이되던 상관없을 것입니다. 기존 미니홈피처럼 개인적인 일상을 정리하는데 쓴다고 해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존 미니홈피는 1촌이라는 프로토콜을 가진 것이고, 블로그는 트랙백과 RSS라는 보다 공개적인 개념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토콜은 컴퓨터에서 말하는 통신 규약이 아닌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하나의 의사 소통 방식임을 부연설명합니다.)

미니홈피에서 1촌이 아닌 익명의 사용자가 비판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꽤나 무례한 일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미니홈피는 공개된 곳이기도 하지만 그에 반해 지인들끼리의 의사 소통을 위한 사랑방 정도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로그는 애초부터 집 뜰안에 있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라기 보다는 대문 앞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보고지나다니는 곳이라는 개념인 것입니다.

블로그는 태생부터 미니홈피와 다른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문자에게 대뜸 ‘왜 블로그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여기를 오느냐? 나는 미니홈피처럼 쓰니까 네가 알아서 미니홈피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와야 할 것 아니냐’는 식의 태도는 사전 지식없이 그곳을 블로그 프로토콜을 가지고 방문한 사람에게 당혹감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블로그의 프로토콜이 싫고 미니홈피의 프로토콜을 쓰고 싶다면 트랙백을 끈다던지해서 블로그의 프로토콜을 애초부터 거부하던지, 시스템의 한계로 그렇지 못한다면 정중히 방문객에게 이곳은 미니홈피의 프로토콜로 운영하고 싶다는 것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프로토콜 차이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이런 문제를 막기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채 무작정 일반화한 프로토콜을 가지고 찾아오는 방문객에 대해서 원색적인 비난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미니홈피처럼 지인들끼리 커뮤니티의 장으로 만들고 싶으시다면, 다른 블로거들이 당황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프로토콜이 다르다”의 10개의 생각

  1.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링크까지 다 읽게 됬네요.
    뭐든간에 그 근본은 익명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 몰상식함과
    듣기 싫은 소리에 대한 거부 아니겠어요?
    댓글 중의 어느 분 말씀처럼 토론문화가 미숙한 탓이겠지요.
    애궂게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삼는 듯합니다.

  2. 적절한 비유-대문앞과 사랑방-를 해 주셨네요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차이점이
    널리 많은분들께 알려졌으면 합니다.
    수고하세요~

  3. 블로그가 태생부터 다른 프로토콜을 가진 건 아닙니다. 트랙백/RSS의 개념은 초기 블로그에서는 없었거든요. 블로그가 “1인 미디어”라고 불리게 된 계기가 된 9.11 테러 때에도 이 개념은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 무버블타입이라는 블로그툴에서 처음 선보인 개념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블로그가 태생적으로 가진 프로토콜이 아닌, 중간에 추가되어 블로그의 속성에 변화를 준 프로토콜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트랙백/RSS 등장 이전의 블로그는 개인홈페이지의 외형을 변형해서 최신 글을 앞쪽으로 띄운 형태입니다. 이런 형식은 블로그 등장 이전의 우리나라 개인홈페이지에서도 많이 등장하던 형태였습니다. 또한 초기의 블로그는 자신의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는 개인적인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미니홈피와 프로토콜이 완전히 다르다고 보기도 좀 힘들죠.

  4.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초점을 맞추시는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나 그게 그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은 ‘일반 홈페이지나 블로그나 그게 그거 아니야?’라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요새 [아무나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서 글 쓰고 댓글 주고 받고 하는 공간]을 말하는 것이죠. 그런 공간 중에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제일 많이 쓰니까 ‘블로그나 미니홈피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는 것이지 꼭 싸이월드만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블로그든 일반 홈페이지든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든 글 쓰고 댓글 주고 받고 하는 공간이긴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겁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노는 데는 (미니)홈피,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데는 블로그. 이건 아니겠죠.

  5. 미니홈피나 블로그의 차이라기보다는 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건 아닐까요?

  6. 이중인격// 부족한 토론문화라는게 주장의 합리성 보다는 듣기 싫은 소리는 하지 마라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라드// 감사합니다.

    죽은신문의 사회// 즉흥적으로 떠올린 비유였는데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Reidin// 제가 외국 초기 블로그의 운영 형태에 대해 아는 바가 부족해서 추가적인 의견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성희// 비판적인 댓글에 대한 반응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니홈피의 경우 ‘스토커’ 쯤으로 취급되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네오//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블로그가 사적 영역 안에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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