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 어디로 가야하는가?

2007-02-20

설 연휴 마지막 날 블로그 스피어에 올라온 여러 글을 읽고 오랬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갈등이 또 다시 튀어나왔습니다. 과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저와 비슷한 연배 (30대 중반)인 개발자라면 슬슬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입니다. 우리나라 현재 상황에서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크게 두가지 길이 주어집니다.

첫번째는 관리자로 가는 길입니다.

관리자로 가는 길이 대다수가 선택하는, 아니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일 겁니다. 슬슬 과장 직함에 팀장이라는 자리까지 주어지고 갈 수록 개발이나 기술보다 이익 추구, 프로젝트 관리, 리더쉽이란 단어와 친숙해지게 됩니다.

그럼 관리자의 길을 가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제일 중요한 건 속된 말로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겁니다. 초과 근무로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윗사람 듣기 좋고 보기 좋은 행동만 하는 거지요. 그런데 태생적으로 이런 것을 못하고 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벌이 있으면 됩니다. 국내나 외국 명문대 출신이라면 이른바 학연에 기대어 자리 보전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이 둘 다 없는 사람은? 말발이 좋고 영업 기질이 많으면 그나만 괜찮습니다. 관리자로도 사람들과 융화 할 수 있고, 그게 힘들다면 기술 영업으로 돌아서서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이런 것에 모두 해당 사항이 없거나 혹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길도 있습니다.

두번째 길은 개발자로 계속 남는 것입니다.

아키텍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고 드물지만 현업 개발자로 계속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약간의 말발과 프리젠테이션 능력, 영어가 가능하다면 컨설턴트로 변신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현업 개발자로 남으려면 동년배 관리자 보다 떨어지는 연봉에도 만족해야하고, 갈 수록 줄어드는 자리 때문에 점점 개발일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밀려나면 관리자 또는 통닭집 사장님입니다. (통닭집 사장님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아키텍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리는 그야말로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짓기 때문에 상위 1%만 살아남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초부터 그럭저럭 쓸만한 실력으로는 아키텍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까지 가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성공을 위해 회사와 상사에 충성하는 인생관은 저랑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고 제가 학벌이 좋거나 영업 기질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상위 1% 실력자는 저를 가르키는 말이 아닙니다.

정말 30대 후반을 요식업계의 시스템을 공부하는데 보내고 40대에 들어서 음식점 사장님을 해야 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한번 전화오는 초등학교 동창이 부페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왠지 부러웠습니다. :(